“소프트웨어 가고 반도체 온다”…월가 거물들, AI 반도체 ‘역대급 올인’
글로벌 금융의 중심지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거대한 자금 대이동의 서막이 올랐다.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최신 분석에 따르면, 헤지펀드와 뮤추얼펀드 등 글로벌 자산시장을 주무르는 거물 투자자들이 인공지능(AI)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소프트웨어 주식을 과감히 던지고 반도체 주식으로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재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헤지펀드의 롱(매수) 포트폴리오 내 반도체 섹터 비중이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소프트웨어 섹터 비중은 지난 201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했다고 밝혔다. 이는 AI 열풍의 무게중심이 단순한 프로그램 개발이나 서비스 단계에서, 이를 구현하기 위한 하드웨어 인프라와 핵심 부품인 '반도체'로 완전히 이동했음을 증명하는 방증이다.
이번 조사 결과는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막강한 초대형 자산운용사들의 움직임을 샅샅이 추적한 결과라는 점에서 신뢰도가 매우 높다. 골드만삭스는 무려 4조 6000억 달러(한화 약 6000조 원) 규모의 주식을 보유한 1050개 이상의 헤지펀드와, 3조 9000억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500개 이상의 대형주 중심 액티브 뮤추얼펀드의 실제 보유 지분을 정밀 분석했다. 총 8조 5000억 달러에 달하는 메가톤급 자금의 흐름이 반도체라는 하나의 과녁을 향해 진격하고 있는 셈이다.
투자 주체별로 살펴보면 이들의 타깃은 명확하다. 고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들은 반도체 종목 중에서도 글로벌 장비 시장을 지배하는 기업들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반도체 전공정 장비의 최강자인 램 리서치와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그리고 미세 공정의 필수품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ASML홀딩이 이들의 장바구니에 대거 담겼다. AI 반도체 수요 폭발로 인해 제조 장비 기업들이 가장 먼저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린 전략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지향하는 뮤추얼펀드들은 전통의 반도체 거인 인텔과 고정밀 타이밍 부품 전문 기업인 사이타임을 포트폴리오에 새로 추가하며 다가올 AI 시대의 대전환기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고조되는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서도 이들의 AI 반도체 투자 열풍은 꺾이지 않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쟁과 분쟁 가능성 등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지자 뮤추얼 펀드들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현금 비중을 늘리는 신중함을 보였다. 헤지펀드 역시 사태 초기에는 레버리지를 줄이며 몸을 사리는 듯했으나, 이내 위험 감수 성향을 다시 끌어올렸다. 실제로 헤지펀드의 순위험노출액(Net exposure)은 오히려 최근 1년 만에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시장의 불안동요 속에서도 AI 반도체가 가져올 미래 가치와 수익성에 대한 확신이 그만큼 확고하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월가 자금의 대이동이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리더들에게도 강력한 모멘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AI 반도체 시장의 확장은 곧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차세대 D램의 수요 폭발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월가 거물들이 쏘아 올린 AI 반도체 올인 신호탄이 향후 글로벌 증시의 판도를 어떻게 뒤흔들지 전 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