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거품론의 실체, 월마트와 우버의 AI 사용 제한이 시사하는 점
최근 글로벌 유통 공룡 월마트와 모빌리티 기업 우버가 직원들의 인공지능(AI) 도구 사용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그동안 기업들은 앞다투어 업무 생산성 향상을 명분으로 AI 도입을 독려해왔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했던 비용 대비 효율(ROI)이 나오지 않자 속도 조절에 들어간 것이다. 이는 단순한 비용 절감 차원을 넘어, 기업 현장에서 AI 도입이 '실험 단계'에서 '관리 단계'로 전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월마트는 자체 개발한 AI 에이전트인 '코드 퍼피(Code Puppy)'에 대한 직원들의 접근권을 제한했다. 당초 월마트는 직원들에게 이 도구를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으나, 수요가 폭증하며 컴퓨팅 비용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솟자 토큰(Token) 사용량에 제한을 두는 방식으로 정책을 변경했다. 토큰은 AI 모델이 데이터를 처리할 때 발생하는 비용 단위로, 직원들의 무분별한 사용이 기업 재무제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는 방증이다.
우버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우버는 올해 초 약 5천 명의 엔지니어에게 AI 코딩 도구를 배포했으나, 불과 몇 달 만에 연간 할당된 AI 예산을 모두 소진했다. 결국 우버는 직원별로 월간 AI 도구 사용액을 1,500달러로 제한하는 강수를 두었다. 우버의 최고기술책임자(CTO)는 AI 투자 비용을 실질적인 소비자 기능 개선으로 연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하며, 현재 AI 투자 전략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현상은 기업들이 마주한 'AI 도입의 역설'을 잘 보여준다. 기업 경영진은 AI를 통한 혁신을 원하지만, 기술 도입 속도가 비용 최적화 모델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면서 구조적인 불일치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정액제 중심의 라이선스 모델이 주를 이루어 비용 예측이 가능했으나, 현재의 토큰 기반 과금 체계는 사용량에 따라 비용이 급격히 증가할 수 있는 구조다. 이로 인해 불필요한 자동화 봇을 남발하거나 최적화되지 않은 프롬프트를 사용하는 관행이 고스란히 기업의 재무적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AI 다이어트'가 향후 더 많은 글로벌 기업으로 확산할 것으로 내다본다. 무조건적인 AI 도입에서 벗어나, 어떤 업무가 진정한 가치를 창출하는지를 분석하고 기술 효율성을 따지는 보다 성숙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AI 기술이 기업의 생존을 결정짓는 핵심 자산임은 분명하나, 이제는 그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하느냐가 진정한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 현장에서의 AI 사용 제한은 AI 시대의 퇴보가 아닌, 거품을 걷어내고 내실을 다지는 본격적인 성장통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