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앞둔 앤트로픽, 'AI 주권' 둘러싼 미 정치권 '압박 시험대' 올라
인공지능(AI) 업계의 거물 앤트로픽(Anthropic)이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거대한 정치적 풍랑을 맞이했다. 시장 가치 1조 달러에 육박하는 ‘괴물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기술력과는 별개로 워싱턴 정가의 견제가 거세지며 상장 전략에 빨간불이 켜진 형국이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비롯한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지난 6월 1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공개 IPO 서류를 제출하며 상장 절차에 돌입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시장의 기대감은 불확실성이라는 먹구름에 가려졌다.
가장 큰 갈등의 중심에는 ‘AI 주권’ 문제가 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지난 12일 앤트로픽의 최상위 AI 모델인 ‘미토스 5’와 ‘페이블 5’에 대해 사실상의 수출 통제 조치를 내렸다. 미국 정부는 해당 모델이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외국인 접근을 전면 차단했다. 이는 하드웨어가 아닌 AI 모델 자체에 내려진 전례 없는 수출 제한 조치로, 소프트웨어 기술이 국가 안보의 핵심 자산으로 분류되었음을 시사한다.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는 공화당 강경파들의 집중 타깃이 되고 있다. 민주당과의 끈끈한 인맥과 더불어 ‘효율적 이타주의’를 내세우는 그의 철학이 공화당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와 충돌하기 때문이다. 특히 앤트로픽이 미 국방부의 자율 살상 무기 관련 AI 개발 요구를 거부하면서 형성된 긴장 관계는 정치적 갈등으로 번졌다. 일부 보수 인사들은 아모데이의 AI 위험성 경고를 두고 “자신의 기술을 신격화해 투자를 끌어들이려는 정치적 쇼”라며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백악관의 대응은 교묘하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전례 없는 제재로 기업의 숨통을 조이는 ‘배드캅’ 역할을 수행하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앤트로픽의 책임감 있는 대응을 칭찬하는 유화적 제스처를 취하며 상황을 관리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앤트로픽을 행정부의 통제권 아래 확실히 두려는 전략적 포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AI는 이제 단순한 기술 이슈를 넘어 경제적 불평등과 안보, 심지어는 이념 전쟁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시장에서는 이번 앤트로픽의 IPO가 실적과 기술력을 넘어, 급변하는 정치적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규모 데이터 센터 확장과 글로벌 시장 진출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워싱턴 정가의 입김이 앤트로픽의 IPO 흥행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