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피지컬 AI' 주도권 선점 선언... 독자적 풀스택 생태계 구축 사활
최근 인공지능(AI)의 패러다임이 디지털 세상을 넘어 실제 물리적 공간으로 확장되는 이른바 피지컬 AI 시대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 변곡점 속에서 대한민국이 글로벌 빅테크에 종속되지 않고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섰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차관 "빅테크 의존 탈피, 한국형 독자 기술력이 생존 열쇠"
지난 2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 2026 월드IT쇼(WIS)의 핵심 부대행사인 K-피지컬 AI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한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은 피지컬 AI가 우리 삶과 산업 전반에 가져올 변화의 엄중함을 강조했다. 류 차관은 특히 글로벌 반도체 공룡인 엔비디아가 이미 수년 전부터 피지컬 AI 생태계 독점을 위해 철저히 준비해왔다는 점을 언급하며, 한국 역시 독자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풀스택 생태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기술 경쟁과 빅테크의 투자 속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다는 점을 경고했다. 산업 현장은 물론 국방, 사회 안전 등 공공 영역에서 우리만의 기술적 우위를 점하지 못할 경우, 국가 안보와 산업 경쟁력이 해외 기술에 완전히 종속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드러냈다. 다만 류 차관은 우리가 엔비디아보다는 출발이 늦었을지라도, 다른 국가들과 비교하면 매우 신속하게 피지컬 AI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데이터가 곧 모델의 생명... "조약돌 같은 고품질 데이터 파이프라인 구축해야"
라운드테이블에 모인 산학연 전문가들은 피지컬 AI 경쟁의 승부처로 데이터를 지목했다. 단순히 양적으로 많은 데이터가 아니라, 실제 산업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학습에 활용할 수 있는 양질의 데이터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
AI 데이터 품질관리 전문기업 페블러스의 이주행 대표는 데이터를 모래알에 비유하며, 무분별한 수집보다는 꼭 필요한 정보를 엄선하여 조약돌처럼 가치 있는 데이터 셋을 구축하는 것이 우수한 AI 모델 개발의 핵심이라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류 차관 또한 적극 공감하며, AI 경쟁력의 본질은 모델 그 자체보다 데이터를 관리하고 흐르게 하는 파이프라인에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앞으로 제조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각 산업 분야의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공유하고 활용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 마련에 정책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기업 간 '초협력' 절실... 'K-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탄생할까
현장에서는 단일 기업의 힘만으로는 피지컬 AI 시장을 장악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목소리도 나왔다. 마음AI의 최홍섭 대표는 반도체, 데이터, 로봇 하드웨어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원팀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하며, 가칭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추진을 제안했다. 여러 기업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협력할 때 비로소 세계적인 수준의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과 하드웨어가 탄생할 수 있다는 논리다.
정부는 이러한 산학계의 제안에 대해 긍정적인 검토 의사를 밝혔다. 류 차관은 기업 간 협력 방식에 대해서는 세밀한 고민이 필요하겠지만, 국내에서도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독보적인 피지컬 AI 모델이 나올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라운드테이블은 인구 감소에 따른 숙련 노동자 부족 문제 해결과 국방 경쟁력 강화라는 국가적 과제를 피지컬 AI 기술로 돌파하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를 확인하는 자리가 되었다. 대한민국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결합된 피지컬 AI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