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열풍의 숨은 주인공 은(Silver)... 데이터센터 수요 폭발에 옵션 시장도 랠리 배팅
반도체와 매그니피센트7(M7) 등 올해 인공지능(AI) 테마가 금융 시장을 휩쓴 가운데 그간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은(Silver) 시장에 다시 한번 거대한 자본의 흐름이 포착되고 있다. 인공지능 연산 처리를 위한 데이터센터 건설이 급증하면서 전도성이 뛰어난 은의 산업적 가치가 재조명받고 있기 때문이다.
옵션 시장에 몰리는 거대 자본... 매수세 압도적
11일(현지시간) 뉴욕 옵션 시장의 움직임은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날 매수된 콜(Call) 옵션 계약은 9만 계약을 넘어서며 3만 1천 계약에 불과했던 풋(Put) 옵션 거래량을 압도했다. 거래량 측면에서도 콜 옵션이 풋 옵션보다 두 배 이상 활발하게 움직였으며, 매도보다는 공격적인 매수 포지션이 주를 이뤘다.
특히 시장의 이목을 끈 것은 백만 달러가 넘는 대규모 포지션을 구축한 한 트레이더의 움직임이다. 그는 2026년 6월 만기인 행사가 70달러 풋옵션 1천 계약 이상을 매도하여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동일한 만기의 행사가 80달러 콜옵션 1천 900계약 이상을 매수했다. 이는 은 가격이 장기적으로 강한 상승 랠리를 이어갈 것이라는 강력한 확신이 반영된 전략으로 풀이된다.
AI 데이터센터의 필수 소재... 금보다 강한 산업적 수요
은 가격은 이날 하루 만에 7% 급등하며 지난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은이 이처럼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귀금속을 넘어 AI 인프라 구축의 핵심 금속이기 때문이다. 은은 지구상에서 전기 전도성이 가장 높은 금속으로, 엄청난 양의 전력을 소비하고 열을 배출하는 AI 데이터센터의 전기 배선 및 연결 부품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사실은 지난해 초부터 올해 1월 고점까지 300% 이상 급등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엔비디아를 필두로 한 반도체 종목들이 시장의 관심을 독식하면서 상대적인 부진을 겪어 왔다. 여기에 이란-이스라엘 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금리 인상 우려가 귀금속 투자 심리를 위축시킨 점도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다시 시작된 실버 랠리... ETF 거래량도 폭증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반전되고 있다. 블랙록의 은 상장지수펀드(ETF)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등 기관과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은 시장으로 빠르게 유턴하고 있다. 지난 1월 온스당 121.79달러까지 치솟았던 은 선물 가격은 현재 80달러 선에서 바닥을 다지며 재도약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시장 전문가들은 AI 테마가 소프트웨어와 반도체를 넘어 이제는 에너지와 핵심 광물 등 하드웨어 인프라로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데이터센터 구축이 본격화될수록 은의 수급 불균형은 심화될 가능성이 크며, 이는 곧 가격 상승의 강력한 모멘텀이 될 전망이다. 반도체주 상승 랠리에서 소외감을 느꼈던 투자자들이 이제는 실버 랠리라는 새로운 기회에 배팅을 시작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