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컴이 1만 년 걸릴 숙제 3분 만에 끝낸다... 인류의 미래 바꿀 ‘양자 컴퓨팅’ 시대 개막

슈퍼컴이 1만 년 걸릴 숙제 3분 만에 끝낸다... 인류의 미래 바꿀 ‘양자 컴퓨팅’ 시대 개막

고려대 채은미 교수 "양자 기술은 단순한 속도 경쟁 아닌 국가 생존 걸린 초격차 전략"

인류가 직면한 복잡한 난제를 단 몇 분 만에 해결할 수 있는 꿈의 기술, 양자 컴퓨터가 실험실을 넘어 산업 현장으로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고려대학교 물리학과 채은미 교수는 지난 10일 열린 디지털리더십 포럼에서 인공지능의 한계를 뛰어넘을 미래 핵심 기술로 양자 컴퓨팅을 지목하며, 이것이 가져올 거대한 변화를 예고했다.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계산기, 양자 컴퓨터

양자 컴퓨터의 위력은 이미 숫자로 증명되었다. 지난 2019년 구글은 슈퍼컴퓨터로 1만 년이 걸리는 연산을 단 3분 만에 해결하며 이른바 양자 우위를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2024년 구글이 공개한 새로운 양자 칩 윌로우는 슈퍼컴퓨터로 무려 14년이 소요되는 문제를 단 5분 만에 풀어내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최첨단 스마트폰이나 슈퍼컴퓨터와는 연산 방식 자체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이다.

중첩과 얽힘, 마법 같은 물리 현상의 활용

양자 컴퓨터가 압도적인 성능을 내는 비결은 양자역학의 고유한 성질인 양자 중첩과 양자 얽힘에 있다. 기존 디지털 컴퓨터가 0과 1 중 하나의 상태만을 가지는 비트 단위를 사용한다면, 양자 컴퓨터는 0이면서 동시에 1인 중첩 상태를 가지는 큐비트를 정보의 기본 단위로 사용한다. 이는 수만 개의 동전이 동시에 돌아가고 있는 상태와 같아서, 수많은 경우의 수를 한꺼번에 계산하는 병렬 처리 능력을 극대화한다.

quantum superposition and entanglement in quantum computing, AI로 생성
(Getty Images)

또한 큐비트들이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상태가 변하면 다른 상태도 즉각 변하는 양자 얽힘 현상을 이용하면, 연산 과정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채 교수는 이를 궁극의 병렬 처리라 정의하며, 특히 최적화 문제나 복잡한 알고리즘 수행에서 기존 기술로는 도달할 수 없는 성능을 발휘한다고 설명했다.

국방·금융·에너지 전 산업 분야를 뒤흔들 게임 체인저

양자 기술의 파급력은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다. 가장 먼저 변화가 예상되는 곳은 보안과 암호 분야이다. 현재의 슈퍼컴퓨터로 100만 년 이상 걸리는 암호 해독이 양자 컴퓨터로는 수일 내에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인 NIST는 이미 2035년까지 양자 내성 암호로의 전환을 권고하고 있다.

금융권 역시 포트폴리오 최적화와 리스크 관리, 파생상품 가격 결정 등에 양자 알고리즘을 도입하기 위해 JP모건 등 글로벌 금융사를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제조 산업에서는 신소재와 신약 개발을 위한 분자 시뮬레이션에서 혁신적인 성과가 기대된다. 또한 폭스바겐과 BMW 같은 자동차 기업들은 복잡한 물류 시스템과 교통 흐름을 실시간으로 최적화하는 데 양자 컴퓨터를 이미 활용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패권 전쟁과 대한민국의 전략

전 세계는 지금 양자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총성 없는 전쟁 중이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은 수십조 원 단위의 예산을 투입하며 기술 선점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한민국 역시 2022년 양자를 12대 국가전략기술 중 하나로 선정하고, 향후 8년간 약 9500억 원을 투입하는 양자 플래그십 프로젝트를 통해 1000큐비트급 양자 컴퓨터 독자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채은미 교수 강의자료)

채 교수는 "현재의 양자 컴퓨터는 1940년대의 진공관 컴퓨터 시절과 같다"며 "아직 개발 초기 단계이지만 그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은 반도체 등 세계 최고 수준의 ICT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양자 엔지니어링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미래 먹거리를 충분히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양자 기술은 이제 단순한 과학적 호기심을 넘어 국가의 산업 경쟁력과 안보를 결정짓는 핵심 지표가 되었다. 인공지능 시대를 지나 퀀텀 시대로 가는 문턱에 대한민국의 발 빠른 대응과 전략적 투자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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