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향군인회, 예산 빼돌렸다. 보훈 예산이 쌈짓돈? 향군, '허위 세금계산서' 동원해 대통령실 실세 로비 정황
재향군인회, 허위 세금계산서로 자금 조성 논란
윤석열 전 대통령 시절 고위인사용 '거액 조의금' 만들려
현 신상태 회장 측근, '인덕션 100개' 주문한 척 조성
재향군인회 회계 비리 불거지자 반환… 회유 시도도
잘못 인정했지만… 일회성? 조사 불가피할 듯
'대한민국재향군인회'(이하 향군) 회장 측근 등이 향군 예산을 빼돌렸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신상태 향군 회장 측은 물품을 구매한 것처럼 허위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전형적인 회계 부정 수법'을 동원한 의혹을 사고 있다. 국가보훈부 산하 공직유관단체인 향군은 매년 수십억 원대의 예산을 지원받는다.
10일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신상태 향군 회장 측은 2022년 모친상을 당했던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수석보좌관인 A씨에게 건넬 거액의 조의금을 마련하기 위해 회계 비리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향군에 대한 정부 지원금이 삭감될 가능성이 커지자, 이를 타개할 방안으로 대통령실 핵심 인사를 지원군으로 삼고자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된 공익 제보 등에 따르면, 회계 비리는 신 회장의 최측근인 이정호 향군 비서실장 주도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2022년 8월 10일 A씨가 모친상을 당하자, 당시 '회계 시스템이 부실하다'는 이유로 예산 삭감 압박을 받던 향군은 이를 '기회'로 봤다. 향군은 대통령실 내 수석보좌관인 A씨 소관 단체였다. 같은 해 10월로 예정된 향군 창설 70주년 기념식에 윤석열 전 대통령을 초청하는 과정에서도 수석보좌관인 A씨의 도움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이 조문한 8월 11일 신 회장도 빈소를 찾았다.
향군 내부 규정상 '외부 인사에 대한 조의금'을 별도로 규정하지는 않지만, 내부 인사들에게 적용되는 10만 원을 '적정 규모'로 본다. 그러나 이정호 비서실장 및 신 회장 측근들은 신 회장 명의로 조의금을 내는 만큼 10만 원은 부족하다고 봤다. 이에 이 실장은 평소 향군에 기념품 등을 납품하던 업체를 동원해 돈을 빼돌렸다는 게 공익제보자의 내용이다.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된 공익 제보 내용은, 8월 11일 이 실장은 본인 명의로 향군 내 기획행정국장에게 '2022년 사업계획 및 예산에 근거, 회장님 기념품 구입을 건의하니 협조 바란다'는 공문을 띄웠다. 적시된 물품과 수량은 3만6,000원짜리 인덕션 100개, 총 360만 원 규모였다. 8월 18일 업체가 전자세금계산서를 발행하자, 향군은 곧장 이 거래를 취소했다.
실제로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2022년 진행된 인덕션 거래는 총 4건(4월, 8월, 9월, 12월)이었는데, 이 중 8월 거래엔 '예정'이라는 문구가 표시돼 있었다. 거래 취소 등의 사유로 정산이 되지 않았을 때 이렇게 표시되곤 한다. 이 실장은 한국일보에 "향군이 업체에 준 360만 원 가운데 업체 몫으로 60만 원을 떼어준 뒤 300만 원을 챙겼다"고 인정했다는 것이다.
신 회장이 당시 수석보좌관인 A씨 모친상 조의금으로 300만 원을 냈다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 위반이다. 대통령실 고위 인사였던 A씨와 공직유관단체인 향군은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다.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명목과 무관하게 1회 100만 원 또는 회계연도에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주고받아선 안 된다.
신 회장과 당시 수석보좌관 A씨는 조의금을 주고받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신 회장은 "경조사가 있으면 개인 돈으로 10만 원이나 20만 원을 한다"고 했고, A씨는 "300만 원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실제로 조의금을 내지는 않았다"면서 "이왕 돈을 확보했으니 향후 비슷한 일이 있으면 쓰자는 생각으로 사무실 금고에 보관해 뒀다"고 해명했다. 신 회장 조문 닷새 뒤 A씨 부하 직원은 서울 서초구에 있는 향군 사무실을 찾았다는 반론이다.
주문한 인덕션이 배달되지 않자 같은 해 11월 향군 내부에서는 '돈을 빼돌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를 인지한 이 실장은 360만 원 반환을 시도했다. 원래 지출된 계정과 동일한 계정으로 마이너스 금액을 전표 처리하는 회계 절차인 '여입처리'를 하고자 한 것이다. 이 실장은 직원들을 통해 360만 원(5만 원권 72매)을 기획행정국에 반납했으나, 일부 직원이 수령을 거부하자 '당시 72억 예산이 그분(A씨)에게 달려 있다고 생각해 다소 무리해서 돈을 쓴 것이니 양해해 달라'며 회유를 시도하기도 했다.
이 실장은 "당시엔 편법을 이용해서라도 조직을 관리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했는데, 잘못 생각한 것"이라며 "신 회장은 내부적으로 회계 부정 문제가 불거졌을 때(2022년 11월) 전말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