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운에 흔들린 비트코인과 AI
최근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전쟁의 공포가 실물 경제를 넘어 디지털 자산 시장까지 집어삼키고 있다. 안전 자산으로 평가받던 비트코인이 7만 달러 고지에서 방향성을 잃고 요동치면서 투자자들의 혼란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기, 유가 150달러 공포 현실로
이란이 보복 공격의 일환으로 전 세계 석유 물동량의 20%가 지나는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에너지 대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일주일 새 35% 폭등하며 90.9달러를 돌파했다.
시장에서는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고물가 압박은 금, 국채, 달러와 같은 전통적 안전 자산으로의 자금 쏠림 현상을 심화시켰다. 반면 비트코인은 한때 7만 4000달러를 터치하며 반등을 꾀했으나, 이내 6만 7000달러 선으로 밀려나며 '불트랩(가짜 상승)' 의혹에 휩싸였다.
'고래'는 던지고 '개미'는 줍고... 엇갈린 온체인 데이터
온체인 분석업체 샌티멘트의 데이터에 따르면 시장 내부의 시각차는 뚜렷하다. 자금력이 풍부한 이른바 '고래' 투자자들은 이번 반등 구간을 이용해 차익 실현에 나선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저점 매수 기회로 보고 적극적인 매수세를 보이고 있다.
통상적으로 거대 자본이 빠져나가고 개인이 물량을 받아내는 흐름은 추가 하락의 전조 증상인 '약세 신호'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요구된다. 이더리움과 XRP 역시 각각 주요 지지선인 1800달러와 2달러 선을 두고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AI 군사 활용 논란과 '바이브 코딩'의 명암
전쟁의 불길은 인공지능(AI) 업계로도 번졌다. 미국 국방부가 이란 공격에 AI 기술을 활용하는 문제를 두고 앤트로픽과 결별한 뒤 오픈AI와 손을 잡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AI 윤리 논란이 재점화됐다.
동시에 코인 커뮤니티에서는 비개발자도 손쉽게 앱을 제작하는 '바이브 코딩(vibe coding)'과 신규 AI 에이전트 '오픈클로(OpenClaw)'가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열풍이 과거 밈코인 사례처럼 투기적 거품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결국 향후 자산 시장의 향방은 중동 갈등의 장기화 여부와 유가 추이에 달려 있다. 디지털 자산이 진정한 '안전 자산'으로 거듭날지, 아니면 거시 경제 위기 속에 유동성 회수의 희생양이 될지 기로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