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만 원대 휴머노이드의 공습... 中 유니트리가 설계한 '로봇 굴기'의 민낯
기술 자랑은 끝났다, 이제는 '단가'와 '생태계'의 싸움
텐센트·알리바바 자본 등에 업고 '플랫폼 장사' 나선 중국
미래 영화 속 전유물로 여겨졌던 휴머노이드 로봇이 이제 '현실적인 가격표'를 달고 거실과 공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 선봉에는 중국의 로봇 강자 '유니트리(Unitree)'가 있다. 이들이 최근 선보인 휴머노이드 'G1'의 가격은 불과 1만 3천 달러(약 1,800만 원) 수준. 억 단위 몸값을 자랑하던 기존 시장의 룰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이른바 '메기 효과'를 넘어선 '공습'이다.
◇ 제조 강국의 무서운 공식: "핵심 부품 내재화로 가격을 찢다"
유니트리가 이토록 파격적인 단가를 맞출 수 있는 비결은 단순한 저임금 노동력이 아니다. 이들은 로봇의 심장과 근육이라 불리는 '일체형 액추에이터' 등 핵심 부품을 직접 설계하고 양산한다.
외부 공급망에 의존하지 않고 수직 계열화를 완성함으로써, 기술 최적화와 원가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이다. 사족 보행 로봇 시장에서 검증된 제조 엔진을 휴머노이드에 그대로 이식하며 개발 기간까지 단축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 빅테크 자본과 '7S' 전략의 결합... "제품이 아닌 시스템을 판다"
유니트리의 질주는 혼자만의 힘이 아니다. 텐센트, 알리바바 등 중국을 대표하는 빅테크 자본이 혈관 역할을 하며 막대한 자금을 수혈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투자를 넘어, 로봇을 AI와 데이터가 결합된 차세대 플랫폼으로 육성하겠다는 중국 산업계의 거대한 합의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7S 전략'이다. 단순 판매(Sales)를 넘어 부품(Spare parts), 서비스(Service)는 물론, 맞춤형 솔루션(Solution)과 교육(School)까지 결합한 유통 모델을 구축 중이다. "로봇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시장의 의구심을 현장에서 직접 해결하며 진입 장벽을 허무는 전략이다.
◇ 한국 로봇 산업에 던진 질문: "우리는 생태계를 가졌는가?"
유니트리의 행보는 우리에게 뼈아픈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성능 지표(Spec)와 시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는 사이, 중국은 이미 '누구나 살 수 있는 가격'과 '어디서든 고칠 수 있는 망'을 구축하며 시장 주도권을 가져가고 있다.
이제 로봇 산업은 누가 더 잘 걷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더 많은 개발자를 자사 생태계로 끌어들이고 실제 산업 현장에 침투시키느냐의 싸움으로 변했다. 유니트리가 공개한 SDK(소프트웨어 개발 키트)를 전 세계 개발자들이 만지기 시작했다는 것은, 로봇판 '안드로이드'가 중국에서 시작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 로봇의 '가성비' 뒤에 숨겨진 진짜 무기는 자본과 유통, 그리고 생태계가 결합된 '시스템의 힘'이다. "중국이 따라오고 있다"는 안일한 인식에서 벗어나, 우리만의 차별화된 상용화 전략과 생태계 구축이 시급한 시점이다.